길영신 본지논설위원 (서울기독대 평생교육원장,문학박사)

 

어느 날 스승은 제자 둘을 데리고 과수원에 갔다. 조건은 그 과수원에서 제일 맛있는 사과를 1개만 골라서 따가지고 오되, 절대로 가던 길을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첫 번째 제자는 과수원 정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매우 맛있어 보이는 탐스런 사과들을 지나치며 따고 싶었지만, 조금 더 지나면 더욱 맛좋고 향기로운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갔다

그러나 아무래도 첫 번째 사과가 가장 맛있을 것 같이 눈에 삼삼하여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아쉬웠다. 두 번째 제자는 과수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빨갛게 익은 사과가 너무나 맛있게 보여서 최고의 사과라고 생각하고 그만 따버렸다.

그러나 조금 더 지나니까 더욱 향기롭고 맛좋아 보이는 사과를 발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더 맛있는 사과를 따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어린 시절 고무신 벗어 가재와 미꾸라지를 잡았던 어린 시절의 맑았던 DNA는 서울 살이 3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향의 순수한 기억세포를 깊이 간직하고 있나 보다. 세상 살기 좋아져서 훨씬 더 폼나고 따뜻한 울 코트, 오리털파카, 양털부츠로 치장했어도 도시의 겨울은 늘 갑옷으로 무장하고 전투장에 나가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로부터 시대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국민행복 을 추구하는 다양한 구호들이 메아리치고 있으며, 호시탐탐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과 IS테러등등은 나날이 국가사회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인간에게 더 이롭게, 더 평화롭게, 더 행복하게 기여해야할 과학과 문명의 발달은 정신세계의 풍요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의 어릴적 행복했던 DNA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이제라도 스스로의 길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대학 평생교육원 성인학습자 중에는 전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자영업자, 탈북자등 60~70대이상의 어르신들이 매 학기마다 1~2과목의 성악과 피아노, 한국무용, 연극등을 배우고 계신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는 나이 들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렇다. 내 인생은 한번 뿐인 것이다. 인생이란 결국 앞서 비유한 사과밭을 되돌아 가거나, 다시 다른 사과로 바꿔올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사과의 주인공으로 나의 삶을 복원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내 손안의 사과를 맛나게 그리고 빛깔좋고 향기롭게 만들어야 한다.

작년 가을 어느 날 ‘KBS1 아침마당 프로그램’에서 연세대 김형철교수특강중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 떠오른다.

“잠을 자다가도 그 일만 생각하면 기분 좋아서 깨어나는 일은 무엇입니까? ”
“돈 안 준다고 해도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타오르는 열정과 지혜로움이 더해진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에는 빛깔 곱고 향기롭게 숙성되는 사과의 향기가 가정과 직장과 사회 곳곳마다 솔솔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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