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국회의원

교육부가 지난 6일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을 행정 예고했다. 9월 4일 공청회를 거쳐 추석 전에 확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39개의 학습주제를 줄이고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환경교육이 총론에서 사라져버렸다. 지난 1996년부터 20여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환경교육이 사실상 사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환경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대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한 처사다. 박근혜 정부와 교육 당국의 매우 근시안적인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밝힌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 1항)며 ‘환경권’에 대해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모든 사회적 권리와 책임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다. 따라서 헌법에 따른 환경권에 대한 책임있는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의무다. 그런 면에서 환경교육을 포기한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위헌적 행위이며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2009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환경교과 신규교사 선발을 중지하고 관련 교육 비중을 낮추는 등 계획적인 고사 작전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현재 중고교 교사 25만명 중 환경교사는 0.06%인 293명에 불과, 사실상 ‘멸종위기’의 상황이다. 더군다나 같은 해 단군이래 최악의 환경파괴 사업인 4대강사업이 본격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당시 이명박정부가 국민의 높아진 환경 인식에 대항해 치졸한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한술 더떠 박근혜정부가 이번에 환경교과의 교과과정 총론 삭제까지 시도하는 것은 반환경적 국정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환경교육의 핵심은 바로 생명존중이며, 이는 개인의 인성과 사회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다. 생명 경시와 이기적 문화가 커져가는 암울한 현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뭇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 감수성을 키우며 공존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전지구적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심각한 생태 파괴 등 환경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더 늦기전에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반드시 환경교과를 총론으로 포함시키고, 멸종위기에 처한 환경교사를 다시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정부는 자라나는 청소년이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모든 책무를 다해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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