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이야기

 

일랑 윤 정 자
셋이서문학관 누에실문학회 회원

 

 

 

 

 

 

 

 

 

어스름한 밤 지나가던 바람이 사철 푸르른 소나무에게 물었다

소나무 야 소나무야 숲 속 너른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온갖 새들이 좋으냐
보름이면 성근 별들과 함께 높은 하늘에 찾아오는 누런 둥근 보름달이 좋으냐

소나무는 가지런히 서 있는 잎을 매만진 채
그걸 질문이냐며 바람에게 벌컥 하는 소리로 화를 냈다

한 달이 멀다하고 찾아와주는 고운 달님이랑 손으로는 만질 수 없어도 눈으로
바라보며 무시로 그리움 나눌 수 있는 별님이랑
철마다 찾아오는 새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청낭한 음으로 늘 푸르게 지낼 수 있도록
온갖 노래를 불러주니
바람아, 바람아, 넓은 숲속을 누비는 바람아

내 얼굴을 쓰다듬고
더욱 푸르른 건강함으로 숲 속을 지켜준다면
해가 없는 밤하늘만이라도
더 없는 친구로 있어주마 보름달이 좋다며 내게 다짐했노라,

붉은 해가 동쪽 산에서 눈부시게 돋아
내 잔가지들을 쓰다듬고 등 뒤로 나타난 햇빛이 따가웁다면 옆에 있는 구름에 귀띰해
그늘을 만들어 지나가게 하겠노라 말했고

비록,
날마다 손톱 자국 만큼 작아지는 달과
세상으로 흩어져 다니며 날개를 퍼덕이며
청낭한 노래하는 온갖 새들이 약속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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