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는 날

목련이 피는 날

게으른 아지랑이
저 멀리서 거드름을 피우고
골목 어귀 듬직한 담벼락
봄볕에 널따란 어깨가 스르르 열릴 때
넌지시 당신께 봄꽃소식 전할께요

지난 봄,
하루하루 옅어져 가는 당신의 뒷모습
안타까운 마음 눌러 앉히고
산길 따라 들을 건너 우린,
꽃 나들이 다녔드랬지요

차창 밖 아련한 귀룽나무의 꽃향기
아찔한 현기증으로
잠시 울먹 했었잖아요

얼마 남지 않은 소중했던 순간들
그 어떤 소소한 몸짓조차도
의미를 새겨두었었지요
골목 어귀 담벼락에 등 기댄 목련나무
데워진 가슴열고 벙싯 웃는 얼굴로
당신을 맞이할 테니
목련이 피는 날
우리 다시 만나요

 

곽 기 선 
셋이서문학관
누에실문학회 5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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