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광 호
은평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벌써 5월이다. 봄을 알리는 벚꽃, 개나리가 지고, 나뭇잎의 이파리가 한여름의 푸르름이 되기 전의 옅은 녹색을 자랑하고 있다.  달력을 보니 어린이날, 어버이날, 유권자의 날, 스승의 날, 부처님오신 날, 성년의 날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5월의 수많은 기념일 중 선거관리업무에 종사하는 필자로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이다.  ‘유권자의 날’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과정인 선거와 투표참여의 중요성에 대하여 국민과 인식을 공유하고, 유권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률로 제정하여 올해 8회를 맞고 있다.
지난 1948년 5월 10일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한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던 날이다.  이 총선거 이후 제헌의회가 구성되어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출발점이자 현대적 의미의 선거 원칙이 확립된 날이며 국민이 통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최초로 등장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점점 저조해지는 투표율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는 비판이 일었다. ‘유권자의 날’을 제정한 것은 투표율 참여 제고를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본다.
공직선거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투표율이 60%를 넘기기 어려웠다.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15대 63.9% △16대 57.2% △17대 60.6% △18대 46.1% △19대 54.2% △20대 58%였다. 지방선거의 경우 △4회 51.6% △5회 54.5% △6회 56.8% △7회 60.2%였다.
제19대 대통령선거(77.2%)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0.2%)에서 다소   투표율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도입한 사전투표제도의 정착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유권자의 높은 정치의식과 투표참여 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정치적인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선거에 높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민심의 힘, 즉 유권자의 힘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다른 선거에서 60% 정도의 투표율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이 책임과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다. “누구를 뽑아도 똑같다”고 말하며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방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유권자를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대화와 타협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의 실망스런 태도일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20대 국회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더욱 정치혐오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국회를  동물국회 또는 식물국회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동물처럼 싸움만 하고, 생명은 살아있으나 활동은 안하는 비효율적인 국회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언론보도나 정치인의 행태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선택할 사람이 없어서 기권하는 것보다 그중에 보다 나은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 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꽃은 유권자의 선거 참여다.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몫은 유권자에게 달려있다. 현명한 선택만이 정치인을 바꿀 수 있고, 그래야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삶이 보다 더 행복하게 달라질 수 있다.  투표는 유권자가 가진 권력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내년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기권 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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