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수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장
요즘 국민연금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에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기금이 지난 3차 추계보다 3년이 앞당겨진 2057년경에 소진된다는 발표 때문이다. 5년 전에 실시한 3차 재정추계보다 기금 소진시기가 3년 빨라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 받거나 급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같은 사회보험으로서 가입 중에도 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건강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은 노후가 되어서야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국민연금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기금 소진을 막고 재정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설령 기금이 소진되어도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 1999년 全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한 지는 2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두 차례나 연금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제도 초기부터의 재정안정화 노력으로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건전한 상황이다. 연금의 역사가 오랜된 선진국들은 대부분 부과방식으로 운영하여 적립기금이 없거나 5년 이내의 기금만 적립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621조 원이 적립되어 있는 데, 이는 금년도 연금수급자에게 30년 동안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기금이 2057년에 소진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2056년까지 현재의 보험료 수준(9%)를 유지하여도 기금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나,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민연금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연금을 지급한다. 전 세계 약 170여 개 국가에서 공적연금을 시행하고 있으나, 공적연금 지급이 중단된 사례는 한 곳도 없다.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했던 1960년대 남미국가, 1990년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사회체제가 바뀐 동유럽 국가에서도 연금을 계속 지급하였다.
그리고 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은 대부분 처음엔 기금을 적립했다가 소진이 되면 그해 보험료를 걷어 그해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적립금 없이 매년 보험료를 걷어 그해 급여를 차질 없이 지급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최종책임자이므로, 지급보장이 명문화되어 있건 그렇지 않건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나, 현 상황에서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민신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회에도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법안도 발의되어 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때마침 최근 대통령께서도 “ 국가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하고, 국민연금개편과 관련해서 노후 소득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되도록 하며,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무쪼록, 앞으로 있을 사회적 논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목적에 맞게 기금의 소진 보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모색되고,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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