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수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장
역사적으로 부패한 정권이 오랫동안 지속된 사례가 없다. 당시에는 빈틈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철옹성 같은 강고한 독재 권력도 스스로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정권과 왕조가 무수히 많았다.
새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된 정부라고 일컬으며 촛불 정신이 적폐청산이라고 한다.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것은 깨끗한 정부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일이다. 다만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만 해석하면 당연히 적폐는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
더불어 이전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넘어서 대한민국 수립 이후 오늘날까지 부조리하고 부정의(不正義)한 수많은 불법, 탈법적 행태를 청산하고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지속가능한 민주국가를 만들자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폐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갑질 문화도 적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조직 내에서 임면권 등을 남용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우를 갑질이라 한다. 특히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그런 문화가 만연되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조직의 건강성을 무너지게 한다.
지난해에 검찰 조직에서 갑질의 행패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검사의 죽음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회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갑(甲)과 을(乙)의 불평등과 불공정한 문화도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김영란 법이라고 통칭되어지는 부정청탁 금지법이 발효되면서 다소의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야에서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갤럽이 2015년 5월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잘된 일’이라고 답한 사람(66%)이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사람(12%)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또한 세계적인 트렌드로서 ‘반부패’가 재조명되고 있다.
OECD는 2016년 5월에 펴낸 <부패 보고서>에서 부패가 민간부문 생산성을 낮추고 공공투자를 왜곡하고 공공재원을 잠식하는 등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심각한 방해물’이라고 분석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반부패 지수는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
이를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경제성장률이 4%정도로 향상된다는 보고가 나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 정부는 적폐청산에 명운을 걸고 있다고 하니 청렴한 국가로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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