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 (자원봉사 상담가)
우리 동네 연신내에는 로데오 거리가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부촌 비버리 힐즈의 로데오거리를 본 뜬 것이다.

 

서울의 압구정, 홍대 앞 등 쇼핑거리로 유명한 곳에는 대부분 로데오 거리가 있다. 연신내 로데오거리는 90년대 초창기에 다양한 패션 상설 매장들이 길 좌우에 즐비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활보했던 쇼핑과 문화가 어우러진 거리였다.

시대의 추세인지 로데오거리의 의류매장은 몇 군데만 남아 있고 커피향기 짙은 카페거리로 변했다. 카페들은 과히 크지 않으며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카페가 밀집해 있는 로데오 거리는 여전히 약진하는 젊음이 있고 활력이 넘친다.

키다리 아저씨와 심슨이라는 별명의 젊은이가 있는 피자집은 다소 낡은 고풍스러운 장식품과 사색적인 책들이 있는 분위기는 편안함을 준다. 젊음과 노년층이 함께 자리를 해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가끔 가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동네 지인들과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푸치니의 고전 음악을 부탁하면 들을 수 있다.

임 마담이 운영하는 마을카페 앞 작은 화단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널빤지에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같은 내용의 짤막한 글을 게시하여 오고가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글을 읽어 본다. 꽃과 글이 동네 분들에게 기쁨을 준다. 철학이 있는 멋진 주인 마담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에 오는 손님들도 세련돼 보인다.

푸( ) 돈까스 집은 메뉴가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아서 젊은이들이 항상 많다. 양도 푸짐하다. 깨끗하고 격조 높은 실내 인테리어는 음식 맛을 한층 높여 준다. 젊은 사장 내외가 후덕하여 우리 가족들도 저녁에 가끔 들리는 곳이다.

로데오거리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평구의 명동이라 불리우며 활기 차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며 문화와 낭만이 있는 곳이다

젊음이 넘치는 로데오 거리의 토요일은 불법 전단지, 담배꽁초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많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건물 벽이나 전봇대는 불법전단지로 도배를 한다. 토요일은 휴일이라고 청소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로데오거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청소를 담당한 이태( )주임은 누구보다도 로데오거리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래서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결과 2007년 여름에 “갈현동사랑 환경봉사단” 을 조직하고 봉사단 이름도 주임이 직접 지었다.

봉사단은 매주 토요일 아침에 꾸준히 청소를 하여 로데오거리는 깨끗하고 쾌적하다. 주임은 잠바와 운동화 차림으로 동네를 수시로 돌아보며 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 정년 퇴임식 때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순박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동네 어려운 분들 사정을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많은 수급자들을 말없이 도와줬다는 잔잔한 얘기는 동네에 솔향기처럼 퍼져 있다. 그를 아는 주민들은 남자천사라고 불렀다. 그런 공직자들 때문에 지역사회가 희망이 있고 더욱 발전한다.

로데오거리 환경정화를 위해 고민하고 애쓰던 주임은 퇴직을 하고 갈현동을 떠나셨지만 아름다운 마음은 귀감이 되어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그를 잊지 않고 있다. 그 분 역시 로데오 거리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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