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불평등과 대학교육김흥기 본지회장, 모스크바국립대 초빙교수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핵무기와 불평등, 종교·인종 혐오, 환경오염, 에이즈 등 질병 5가지 가운데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은 32%가 ‘불평등’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인 49%가 핵무기(불평등 12%), 중국인33%가 환경오염(불평등14%)이라고 답한데 비해 한국은 조사대상 아시아 11개국 중 유일하게 불평등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 갭(Poverty Gap)’은 지난해 기준 36.4%를 기록했다. 2011년 34.5%, 2012년 35.5%에 이어 간극이 더 벌어졌다.

작년 전체 국민의 중위소득은 연 1118만원이었고, 빈곤선 이하의 빈곤층 평균소득은 연 711만원이었다.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 연소득은 지난해 467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4.4% 증가했다.

부모 소득이라는 결과의 균등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기회의 균등을 누리기는 사실상 곤란하다. 사회경제적 지위상승 기회의 형식적 평등으로는 진정한 평등이 성취되기 어렵다.

양육환경이 나쁜 가난한 집 학생들은 출발부터 경쟁열위에 놓이기 때문이다. 교육격차는 소득불균등의 영향을 받지만 다시 미래소득의 불균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계층이동의 길을 막아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희망을 빼앗아 가고 있다.

억만장자로 미국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가 고교생을 향해 대학 진학보다 배관공이 되는 게 낫다고 한 발언이 화제에 올랐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지만 사람 다루는 재주가 특별하다면 그 자녀에게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전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에 연간 학비로 5만∼6만 달러를 내는 대신 배관공으로 일하면 그 돈을 고스란히 재산으로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이 바뀌었다. 방송통신대학, MOOC 온라인 교육 등 대학을 가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렸음에도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관성대로 때가 되면 대학을 진학한다. 지금 대학생들은 대체로 베이비부머 세대 자녀들인 에코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부모는 은퇴하는데 그 자녀는 빚을 내어 대학을 진학한다. 최근 KDI 연구결과에 의하면 4년제 대졸자 중 하위 20%와 2년제 전문대졸자 중 하위 50%는 고졸자의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 빈곤 갭은 전체 국민의 중위소득, 그리고 중위소득 이하에 속하는 빈곤층 평균 소득 간의 격차를 뜻한다. 각 국민의 소득 수준을 일렬로 세워놨을 때 정 가운데에 위치한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이며, 그 이하의 소득 수준은 빈곤층의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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