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기 회장 칼럼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입법로비 의혹에 휘말린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그 중심에 있다. 신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100만 원 이상의 고액 축하금만 1억5천만 원 넘게 받았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뭉칫돈 압수수색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그 출처를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돈뭉치 가운데 유치원총연합회가 건넨 3900만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받은 1500만 원 등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축하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선거일 90일 전에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는 조항이 전부다. 수익금 제한도 없고 수입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경조사비'로 분류돼 세금을 내지도 회계처리도 하지도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국회에서 한 번, 지역구에서 재탕, 삼탕 출판 기념회를 열어 구설수에 오른 국회의원도 적지 않았다.

'정치자금 투명화' 법안이 낳은 가장 불투명한 정치자금 모집 관행인 셈이다. 대부분 현장에서 현금으로 접수돼 합법을 가장한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가 얼마나 돈을 냈는지 적어놓은 장부가 공개되면 큰일 나니 의원 본인만 알고 있는 게 보통인데 신 의원 경우, 이게 새나가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받는 돈은 ‘떡값’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책값’이어야 한다. 1만 원 남짓 하는 책값을 10만 원 내는 것도 비정상이지만 그 액수가 100만 원 이상이라면 그건 사실상 ‘떡값’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새누리당은 올해 초, 출판기념회 횟수를 국회의원 임기 중에 2번으로 제한하고 국정감사나 선거 때는 금지하는 내용의 '준칙안'을 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책을 정가에 판매하고 수입을 선관위에 신고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6개월 넘게 논의조차 안 되고 있고 준칙 안도 흐지부지되다시피 했다. 여야 모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한다더니 말 뿐인 셈이다. 이러고도 선거 때 국민들에게 지지해 달라고 한다면 너무 뻔뻔하다.

신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출판기념회 자금의 불법성을 들여다보는 첫 사례이다. 만약 신 의원에게 대가성 뇌물죄가 성립된다면 정치자금 문화를 바꾸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미 과도한 경ㆍ조사금은 뇌물로 인정하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정치권을 믿고 개혁을 기다리다간 부지하세월이다.

한편으로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빙자해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후진적 정치 행태를 개선할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 나라에서도 출판기념회는 '합법적 정치자금 모금활동'이다.

그러나 모금 내역을 상세하게 기입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가 있다. 정치인이 자금 모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 하지만 공개는 투명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 할 일 제대로 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하라는 건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건 하는 식이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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