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이 무색한 재벌의 부끄러운 행태

 

김흥기 본지회장
호서대교수, 모스크바국립대 초빙교수

 

요즘 여러 재벌가에서 낯 뜨겁고 파렴치한 모습들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경제적 고통을 겪던 시기에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렸는가 하면 원정출산에 자녀의 편법입학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추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들이 자기 돈으로 해외에 호화 별장을 사는 것이야 그들의 자유이지만 국내법을 어겨 탈세를 저질렀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어느 재벌가의 딸과 며느리는 자녀들의 군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원정출산을 하고, 브로커를 통해 돈으로 위조 여권을 구입하는 해괴한 수법을 동원해 외국인 학교 입학요건을 맞춰 자녀를 부정입학시키기도 한다. 국내 최대 재벌가의 손자가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하기도 한다.

이들의 기회주의적인 얄팍하고도 그릇된 처신은 그렇잖아도 기업가와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일반국민과 더욱 높은 벽을 쌓게 된다. 누구나 가난하고 초라하게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기를 원해야 정상인데 재벌가의 파렴치한 모습들은 “저런 부자가 되어서 뭘 하겠느냐?”는 자조적인 풍조를 만들어내기 십상이고 이건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탈무드의 “부자의 편에 서라.”는 말씀은 부자가 착하고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인 재벌 가문은 일반 국민들에 비해 배울 점이 많은 모범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이윤창출 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에 맞게 일정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데 있다.

인권, 노동, 환경에 대한 거창한 관심과 협력업체에 대한 공정거래,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에 앞서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경받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돈 잘 벌어다 주는 가장 보다는 식구들에게 존경받는 가장이 먼저 되어야 하는 이치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재벌 입장에선 국민경제 발전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몰매를 맞는데 대해 억울한 심정도 있을 것이지만 사실 대기업 스스로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정부와 여야 정당,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대기업을 성토한다면 궁색한 변명으로 더 큰 미움을 사기에 앞서 깊은 반성을 먼저 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서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처신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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