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고리사채, 시정되어야

김흥기 (본지 회장, 동국대교수)

 

우리는 이것저것 사러 시장(Market)에 간다. 예전에는 동네 시장에 장보러 가던 것을 요즘은 백화점, 마트에 쇼핑하러 간다.

 

우리 은평구에는 변변한 백화점 하나 없지만, 시내의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재미는 여전히 있다.
백화점과 마트에 매장을 열고 장사하는 업체를 입점업체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매월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백화점에 지불한다. 일종의 보증금 없는 월 임대료인 셈이다.

백화점이 공간을 제공하고 입점업체는 그 곳에 매장을 열어 장사하고 일정비율을 임대인에게 내는 구조이니 잘 만하면 서로에게 도움 되는 사업모델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사업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고 나섰다. 문제는 그 수수료의 수준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수수료 비율이 월 40%선이라니, 년 500%에 육박한다. 사채도 이런 사채는 없다.
몇 년 전만해도 30%선이었는데, 매년 1~2%씩 야금야금 올리기 시작하여 몇 년 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중소업체가 백화점에 매장을 입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문턱이 높은 것이다. 백화점이 입점에 적격한 업체인지 판단하는 기준의 핵심은 ‘수수료를 꼬박꼬박 잘 낼 업체인가’에 있다.
업체 A의 월매출이 1억이면 4천만원 낼텐데, 장사를 잘 못해 매출 5천만원하면 백화점은 당장 2천만원을 손해보게 된다.
업계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백화점 입점 잘못하면 멀쩡히 잘 하던 사업마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자기 돈으로 인테리어 다 해야지, 멀쩡한 인테리어 뜯어내고 매년 리뉴얼 해야지, 툭하면 손해 보며 할인이벤트 해야지, 명절이면 강제로 물건 떠안아 사야지, 장사 안 되는 자리에도 매장 내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지, 백화점 상전들 모셔야지...세상에 이런 봉이 없다.

공정위 수장이 수수료율을 내리라고 하는데, 백화점 대표들은 반발하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상생협력이 무색하다.

백화점은 무인도의 로빈슨크루소가 아니다.

국내시장에 점포 열어 놓고 중소기업 깔고 앉아 고리사채 챙겨가며 장사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영세중소기업에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는 행태는 시정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종사자들도 퇴근하면 다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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